“심금 울리는 소리에 어깨춤이 저절로”
“심금 울리는 소리에 어깨춤이 저절로”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4.03.19 15:41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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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이은관 선생도 인정한 이광수 국악협회 세종시지회장

       국악에 대한 열정으로  분주한 이광수 회장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돋워 모우고/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아달라고/석달 열흘 노구매 백일 정성을 말고/타관객리에 외로히 난 사람 네가 괄세를 마라/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전직이 교장선생님인 이광수 한국국악협회 세종시 지회장이 부르는 김옥심류 ‘정선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한이 섞인 소리에 전율이 느껴진다. 전생에 명창 소리꾼이 아니고서야 그런 목소리를 맛깔나게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광수 회장은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지만 어려서부터 소리와 인연이 있었다. 1948년생인 이 회장은 전주 이씨(수도군파)의 장손으로 부여 외산면 화성리에서 태어났지만 6.25동란으로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비운을 맞아 26세에 청상과부가 된 홀어머니(97년 작고) 슬하에서 남매가 자랐다. 당시 종조부가 젊어서 세관에 근무할 때 마련한 축음기가 있어, 이 회장은 5~6세 때부터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어른들로부터 조그만 아이가 노래를 잘 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전쟁통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이 회장은 고향에서 외산초등하교를 졸업했으나 다른 친구들처럼 중학교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전쟁 난리 통에 부모가 혼인 신고를 못해 호적이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시골에서 2년 동안 훈장선생님에게 한학을 배웠다.

그러다가 2년 후에 김신옥 대성학원 재단 이사장과 인연이 되어 대전으로 이사와 호적을 만들고 대성중과 대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에 갈 돈이 없어, 서울 노량진에서 불도저 면허를 따서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6개월 있었다, 어느날  신문에 난 가수 지망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이 회장은 2년 동안 고생하며 아세아레코드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며 ‘고향천리’라는 노래까지 취입하여 LP판까지 100장 찍어냈는데 술을 좋아하는 한량인 작곡가선생이 술값으로 자켓 비를 날려 꿈을 접게 됐다.

이후 대전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이모부가 권유하여 병원 일을 봐주다가 부선망독자(부친을 어려서 잃어 생계를 책임진 사람)로 보충역으로 1년 3개월간 군을 마치고 의가사 제대했다. 74년에 3개월 간 공부한 후 충남대 농대에 입학하여 학생회장을 지내며 교수들의 총애를 받던 이 회장은 학교에 남으라는 교수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학업을 잇게 해준 대성학원의 은혜를 갚기 위해 78년부터 대성학원재단에 인사관리담당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79년 4월부터 성남고(당시 남면 종촌리 소재)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대학시절 교사자격증을 이수하고 만학으로 충남대 교육대학원도 졸업한 이 회장은 20여 년 간 교편을 잡으면서 농업, 실업, 한문, 기술, 영어, 국어, 사회, 도덕, 과학, 체육 등을 가르쳤다. 이 회장이 가르치지 못 한 것은 수학, 음악, 미술뿐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만능선생’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1월 19일 저녁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세종레이디씽어즈 합창단 공연에 찬조출연한 이광수 회장.,
열성을 다해 가르치는 이 회장은 2009년에는 성남중학교 교장으로 폐교를 바라보아야만 했다. 2010년 5월에는 성남고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학교를  정부세종청사의 주요자리로 내주고  현재의 자리로 신축 이전하는 임무를 맡았다.

2011년 평생 몸담은 대성학원을 떠나 정년퇴임한 이 회장은 노후를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수의 꿈도 있고 민요나 국악은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차에 마침 대성고 총동문회 송년회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있었다.

송년회에는 대전의 고향임 판소리공연팀이 왔는데, 이 회장이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자, 국악팀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같이 불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고향임선생 이수자들과  모임( 비가비동호회)을 갖고  판소리와 민요를 연마했다

2009년 천안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에 입상한 이 회장은 전국을 돌며 유람을 겸해 풍류를 즐기는 식으로 각종 대회에 참석하여 장원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이광수 회장이 부르는 정선아리랑은 경기재 김옥심류로 이른바 풍속으로 부르는 아리랑이었다. 게다가 이 회장의 한이 녹아 있는 음색은 고금성, 김영임, 김옥심류의 노래를 믹서한 그야말로 독특한 발성의 노래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든다. 이광수 선생은 원래 미성의 목소리로 교회성가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고교 교장선생님 출신으로 국악을 하는 이광수 선생은 연기군 국악협회 당시부터 이사로 부지회장으로 여러 회원들의 신임을 받다가 2013년 4월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종특별자치시 국악협회를 창립하면서 초대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은관 선생 노래 듣자마자 "내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자"고 권유

국악협회 세종시지회는 지난해 9월 27일 오후 3시 세종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시민화합 찾아가는 국악 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공연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이며 배뱅이굿의 대가인 이은관 선생(올 3월 12일 별세) 특별초청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또한 국악협회 세종시지회 산하 분과별 공연이 펼쳐져 농악, 무용, 시조, 경기민요 등 다양한 국악의 향연도 열렸다. 그리고 2013년 11월 1일에는 가을 예술제 ‘우리가락 한마당’이 2013년 11월 1일 오후 3시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광수 회장과 이은관 선생의 인연은 비록 늦게 만났지만 대단한 사제관계였다. 2012년 4월 24일 처음 만난 이은관 선생은 한 눈에 이광수 선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 뒤에 교분을 나누며 이 회장을 위해 공연 때마다 솔로로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러던 우리 국악계의 큰 보물인 이은관 선생이 3월 12일 홀연히 돌아가시어 충격을 주었다. 지난 3월 4일 이광수 회장은 이은관 선생과 녹음실에서 만났을 때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100세 때 멋지게 공연을 갖자고 말씀하셨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한국 국악계의 큰 별인 이은관 선생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 제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광수 한국국악협회 세종시지회장의 좌우명은 정직이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심조로 살고 있다. 사회가 거짓이 많아 서로 불신하게 되고 불행으로 연결된다. 정직하게 살면 신뢰를 얻고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는다.”고 지론을 펼쳤다.

이 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묻자 “명색이 행정수도로 정부에서 만든 계획도시인데, 문화적으로도 컨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그릇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시 당국에 세 가지를 건의했다. 세종시에 국립국악원과 국악전용극장, 그리고 세종시문화재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광수 회장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국악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은관 명창의 생전에 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위에서 오른쪽 두번째 이광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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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수 2014-11-13 06:33:28
이광수 회장님의 걸어온 발자취에 ~~~마음에 깊이 자리 잡네요
한국사에 ~~국악의 자리을 빛나게 해 주세요
세종의 새역사을 꼭 이루세요

wolsong521 2014-04-11 21:15:56
저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지인 홍재의 입니다. 교장직으로 인연을 맺어 활동하면서 선생님의 소리를 너무 잘 듣고 이런 천상의 목소리가 어디서 나올까 했는데 세종시에서 회장님으로 활동을 하신다니 정말 축하합니다. 우리 국민의 애수를 구성지게 불러 주시는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꼭 이루어지시길 기원합니다.
2014.4.11

안태인 2014-04-05 09:25:16
앞으로 국악협회 세종시지회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미력하지만 뒤에서 도움이 될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차만길 2014-04-04 10:50:30
교장선생님 너무나 멋지십니다. 멀리서 항상 응원드립니다^^

김영신 2014-04-02 12:58:10
선생님의 구성진 소리 다시한번 듣고 싶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소망하시는 것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