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시도 중 세종만 호스피스 병동없다
전국 광역시도 중 세종만 호스피스 병동없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5.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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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향상, 존중받아야 할 인권, 편안한 죽음 위해 설치되어야...
지자체에서 인력, 재정 등 수익성 약한 병원에 적극적인 지원필요
세종시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호스피스 관련 시설이 전무한 곳이다. 사진은 가톨릭성모병원 동영상 캡처

세종에 거주하는 한 가장은 약 3개월 전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대전의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시켰다. 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해 가족 회의를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입원 이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사경을 헤매는 부친을 입원시키고 내놓고 불평을 할 수는 없었지만 대전까지 오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여러 달을 그렇게 하다 보니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이 절감케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세종에는 호스피스병동이 없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원형 호스피스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는 세종시 의료 복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약 4만2000여명이 거주하는 세종시에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이 없다 보니 입원형에서 파생되는 가정형, 자문형 호스피스 의료기관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다.

2021년 기준 대전은 성모병원과 충남대학교병원 등 입원형과 가정형이 각각 3개, 자문형이 2개 등 총 8개 호스피스 관련 시설이 있으며 충남·충북 역시 각각 3개씩 설치되어 있다.

대전의 경우 호스피스 병동 운영 자체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인력과 예산을 지자체에서 지원을 하며 다른 지역도 사회복지정책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기업인 세종충남대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을 마련하게 되면 인력과 예산뿐만 아니라 공간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다잉 문화 정착과 임종을 앞 둔 환자에 대한 통증 완화, 존중받는 인간으로서 권리 보장, 그리고 영적인 돌봄 제공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호스피스 병동 설치를 위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2024년도 전국 지역별 호스피스 자체 충족률

김준식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 고문은 “세종시에서는 하루 3-4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임종기 환자의 평균 호스피스 이용 기간이 약 30일이므로 적어도 20~30개 병상 규모의 병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웰다잉문화연구회를 운영 중인 김인숙 세종YWCA 회장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병동이 세종에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며 “웰 다잉 연구소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대변하면서 지역사회 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종기에 유럽 선진국은 약 80%가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정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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